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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회] 승자독식 시대 진단과 대응

매경이코노미 | 09.11.07 14:39

'승자가 전부를 차지한다(The winner takes it all)'는 유명한 노래가 있다. 요즘 상황을 보면 이 노랫말이 현실화된 듯도 하다. 지난해 경제위기를 겪으며 1위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고, 반면 하위기업들 상황은 한층 나빠졌기 때문이다. 증시만 보더라도 주도주들만 꾸준히 상승할 뿐, 소외주들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과연 승자독식 시대가 열렸는지, 또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바야흐로 승자독식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안 센터장)

당분간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특히 증시가 한국 기업들의 승자 독식에 배팅하고 있어요. 한국 주요기업들의 올해 주가상승률은 100~150%가량이에요. 기존 주도기업들은 40%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요. 특히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은 그들이 한국 기업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단 방증입니다. 현대자동차를 볼까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세계 최강이라는 도요타를 넘어 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현재 현대차의 PBR가 1.8배, 도요타는 1.1배 수준으로 역전을 넘어 격차가 상당해졌습니다. 시장이 현대차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단 얘기예요. 승자독식이 현실화돼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이하 박 부사장)

영원한 승자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변곡점입니다. 승자와 패자가 이미 정해진 게 아니라, 경쟁기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을 뿐이죠. 다시 경제가 제자리를 찾았을 때도 계속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지켜볼 사항입니다.

자동차, 조선 등 우리 주력 산업들은 자본이 많이 드는 만큼 내재된 위험도 크지요. 현재 우리 기업들의 선전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 계속돼야 합니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하자'는 생각은 위험해요. 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경영진의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황훈진 AT커니 파트너(이하 황 파트너)

한국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경제위기가 가격경쟁력이 좋은 한국 기업들 성장의 발판이 됐습니다. 다만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관건이에요. 우리 기업들 경쟁력이 일본을 따라잡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를 추월하는 국가들도 나타나겠죠. 주력 산업 분야에서 후발주자들의 기세가 만만찮은 상황입니다. 특히 중국의 추격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어요. 기업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현재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승자로 떠올랐습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전될 변수가 있을까요.

▶안 센터장

한국은 소재공업부터 최종소비재까지 다양한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이제는 산업 간 컨버전스(융합)가 필요한 시기예요. 예를 들어 전기차가 상용화된다면 현대차가 자동차 본체를 만들고, LG화학 혹은 삼성SDI의 2차전지를 사용하는 등 기업 간 합작을 하는 거죠.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정부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정책적으로 산업 간 융합을 장려하고 잘하는 기업들에 각종 혜택을 주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해요.

▶박 부사장

가장 큰 문제는 금융시장 규모예요. 한국 기업들 규모와 위상에 비해 금융시장이 절대적으로 작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이 더 크게 발전하기 위해선 기술적인 돌파구들이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산업들에 진출해야 하지요. 미국은 정부의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새로운 산업의 주도권을 항상 쥘 수 있었죠. 하지만 한국 정부에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가 예산에도 한계가 있고 순수과학이나 원천기술이 취약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결국 개별기업 단위의 노력이 요구되는데, 이게 가능하려면 금융 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아야 합니다. 취약한 국내 금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해요.

▶황 파트너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어요. 제조업에서 금융으로 옮아왔던 경제의 포커스가 제조, 농업, 신재생 등 다른 산업으로 다시 옮겨가는 중이죠. 이 중 어떤 산업이 대세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이슈예요.

이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막대한 투자도 필요하고,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하겠죠. 새로운 발전을 위해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승자독식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이 소외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안 센터장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 대기업들도 한때 중소기업들이었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면서 발전한 것 아닙니까. 셀트리온은 원래 자동차부품회사였어요. 지금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15년가량을 고민했고 수많은 좌절을 거쳐왔어요. 단조로 세계 풍력시장의 30%를 장악한 태웅도 마찬가지고요.

자기 기업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특화상품들을 내놔야 합니다. 도전정신이 필요해요. 정부의 지원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황 파트너

분업화가 관건입니다. 각각의 분야에 정통한 중소기업들이 합심하면 삼성전자가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고용도 살겠죠. 이렇게 번 돈으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고 있음에도 재투자가 안되는 풍토를 개선해야 해요.

▶박 부사장

한국처럼 대기업의 입김이 센 시장에선 중소기업들이 더 어려워요. 실제로 '국내 대기업의 세계 경쟁력은 납품사의 눈물과 땀에서 나온다'고까지 말하기도 하니까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특히 사람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업을 키워낸 창업자들이 자기들의 성공 신화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변화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피도 수혈해야 하고요. 기존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발전할 수 없어요.

중소기업은 아니고, 그렇다고 대기업도 아닌 중견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안 센터장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관리입니다. 중견기업들은 여러 면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어요. 규모는 중소기업보다 훨씬 큰 반면 마케팅 비용을 대기업처럼 충분히 쓸 수가 없죠.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요. 또 위험 노출 정도도 매우 큽니다. 사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시장 자체가 작아서 외부 위험이 그리 크지 않아요. 반면 중견기업은 시장 규모를 어느 정도 갖췄고 따라서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죠. 위험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대기업으로 가기 위한 성장잠재력을 키워야 합니다.

▶박 부사장

전문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전문적인 분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단 말이에요.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 보면 그 기업의 역량을 넘어서 어려워지기 쉽습니다. 포인트는 집중입니다. 잘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확고히 세워야 해요. 그리고 성공을 거둔 모델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가야죠. 한국에서 성공한 사업을 중국, 동남아 시장으로 들고 나가야 합니다. 집중과 복제, 그리고 지역적 확장이 하나의 과정이 되겠죠.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들이 한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짚어주세요.

▶박 부사장

제조기업들이 이미 갖추고 있는 효율성에 지식기반 서비스를 더해야 합니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하드웨어는 훌륭하게 만들지만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취약하죠. 이를 바꾸려는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하지만 현실화된다면 굉장한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황 파트너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적 차원의 대비가 필요합니다. 기업경쟁력은 기업 자체의 경영 능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또 무역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합니다. 부품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다 보니 한국이 수출할수록 일본이 돈을 버는 구조가 돼버렸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안 센터장

일본이 특히 이번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입은 이유는 '역성장'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카드대란 당시 수요의 급격한 감소를 경험한 적이 있고요. 덕분에 일본 경쟁기업들이 도태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이 잘 대처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이대로 무너지진 않을 거예요. 반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특히 고부가가치산업과 서비스업 등 우리가 그간 주력하지 않았던 산업 분야에 대해 다양한 준비해야 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기업들이 전 세계 최상위 기업들보다 나은 게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극복해가고 있고, 좋은 성과도 내고 있죠. 그렇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안됩니다. 경쟁자의 기술력을 막 따라잡았다면, 이제는 더 좋은 상품을 만들겠다는 도전정신이 절실해요. 이런 기업가정신이 잘 발휘된다면 일본도 중국도 겁나지 않을 겁니다.

■ 참가자(가나다 순):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황훈진 AT커니 파트너

[진행 및 정리 = 박수호 기자 / 유송이 기자 / 사진 = 성혜련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0호(09.11.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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